이갈렙 기자 기자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미백악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3국 정상들이 “진지한 협상이 재개되고 있으며 합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격 보류를 직접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카타르 에미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얀이 이슬람 공화국(이란)에 대해 내일로 예정된 군사공격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대한 지도자들이자 동맹국들의 판단에 따르면, 미국과 중동 전체 국가들이 수용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합의에는 중요하게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즉각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대규모 공습을 실시하도록 최고 장성들에게 지시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걸프 3국 정상들이 “2~3일 안에 합의에 매우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공격을 잠시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발표 전에 이스라엘 측에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란전쟁 발발 이후 대규모 군사공격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가 협상이 진전됐다는 이유를 들어 번번이 철회해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핵 프로그램 영구 중단, 미사일 프로그램 축소,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에 응할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를 통해 일요일 밤 제출한 역제안이 “이전 안에서 미미하게 개선된 수준”에 그쳤으며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리는 “이란이 뭔가 성의를 보일 때가 됐다.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폭탄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역제안을 제출한 것 자체는 긍정적 신호지만 협상이 답보 상태면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역제안을 받기 전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유연성을 보이지 않으면 훨씬 강하게 타격받을 것”이라며 “시계는 째깍거리고 있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이란에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마일 바가에이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 이란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확인하며 파키스탄 중재를 통해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우리 협상팀이 매 협상 라운드에서 단호하게 지켜온 이란의 요구가 담긴 사항”이라며 해외 동결 자산 반환과 오랜 제재 해제 요구를 재확인했다. 또 이란이 미국에 전쟁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핵 농축 문제에 대해 바가에이 대변인은 “이것은 협상하거나 타협할 권리가 아니다. 다른 당사자의 인정이 없어도 이 권리는 이미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이 “어떠한 사태에도 완전히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핵 시설을 단 한 곳으로 제한 △고농축 우라늄 재고 전량의 미국 이전 △동결 자산 25% 미만 반환 거부 △전쟁 배상금 지급 불가 등 5개 항목을 요구했다. 이란 관영 메흐르 통신은 “미국은 실질적인 양보 없이 전쟁 중에도 얻지 못한 양보를 얻으려 하고 있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미국의 조건을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앞서 지난 주 제출한 제안에서 레바논에서의 이스라엘 작전 종료, 4월 13일부터 이어진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봉쇄 해제, 모든 대이란 제재 철폐와 동결 자산 반환 등을 요구했다. 파르스 통신은 이 제안에서 이란이 개전 이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관리권을 계속 행사할 것임을 못 박았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도 일부 유연성을 보였다.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은 이날 늦게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상 진행 중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동결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미국의 새로운 양보다. 로이터 통신도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이란의 제한적인 평화적 핵 활동 유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관리 전담 기구인 페르시아만해협관리국(PGSA)을 창설했다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 혁명수비대 해군도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이란은 개전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통항료를 부과해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 파티흐 비롤은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치 공급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19일 경고했다. 비롤 IEA 수장은 전략 비축유 방출로 하루 250만 배럴이 추가 공급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평시 기준으로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5분의 1을 처리한다.
이란은 UAE 등 걸프 국가들에도 경고의 날을 세웠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시온주의 정권과 역내 일부 국가들의 접촉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우리도 파악하고 있다”며 “UAE를 비롯한 역내 국가들은 지난 2~3개월간 일어난 일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관리들이 전쟁 기간 UAE를 방문했다고 주장했으나, UAE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란은 2월 28일 개전 이후 UAE를 가장 자주 표적으로 삼아왔다. 전날인 18일에는 드론이 UAE 유일의 핵발전소를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중동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이란 재공격을 위한 강도 높은 준비”를 이번 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저녁 소수의 고위 장관들을 소집해 안보 회의를 열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국가안보팀을 백악관 상황실에 소집해 외교·군사 옵션을 포함한 대이란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