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은 기자 기자
![]() ▲ 25일 텔아비브대학교 스모랄즈 강당에서 열린 ‘코리아 페스티벌’ 경연대회를 앞두고 관객들이 카메라를 켜둔 채 기다리고 있다. © KRM |
취소된 공식 행사, 민간이 나서서 부활시키다
8월 25일, 텔아비브대학교 스모랄즈 강당이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다. 1,300명의 이스라엘 현지인들이 케이팝 공연이 시작되자 뜨거운 환호를 보내며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행사 당일에는 표가 매진되어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뜨거웠다.
원래 이날은 주이스라엘대한민국대사관 주최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공식 행사는 취소되었다. 이때 현지 프로덕션 회사인 ‘쉘스 프로덕션(Shells Productions)’와 한국과 이스라엘 간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x코리아(Israel x Korea)’ 그리고 K-커머스 회사 ‘오디낙스(Ordinax)’가 나섰다. 참가자들의 오랜 준비가 헛되지 않도록 ‘코리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대신 기획한 것이다.
![]() ▲ 공연 시작 전 이스라엘인 관객들이 다양한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 KRM |
케이팝을 넘어선 한국 문화 종합 체험장
이번 행사는 단순한 경연 무대에 그치지 않았다. 행사 주최측은 한국과 이스라엘을 이어주는 ‘문화의 장’을 지향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번 코리아 페스티벌에서는 이스라엘 내 한국 식당들이 협력하여 부스를 마련했다. 떡볶이, 잡채, 빙수, 라면, 소주 등 한국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해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끌었으며, 이스라엘 여행사의 한국 여행 안내 부스와 아이돌 굿즈 전시 및 판매까지 이루어져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 ▲ 이스라엘인들이 잡채와 떡볶이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KRM |
무대 시작 전에는 한국의 역사와 케이팝 발전사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어 행사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90년대를 주름잡던 H.O.T., 핑클부터 요즘 시대 블랙핑크와 BTS까지, 케이팝의 변천사를 보여준 이 영상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14개 팀의 열정적인 무대, 리바이벌(Revival)이 댄스 부문 정상에
총 14개 팀(댄스 7팀, 보컬 7팀)이 참가해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쳤다. 단순히 춤만 추는 팀부터 춤과 노래를 결합한 팀, 혼자서 보컬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소화한 참가자까지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 ▲ 이번 대회 댄스 부문에는 총 7개 팀이 참가했으며, 그중 한 팀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 ‘르세라핌’의 음악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있다. © KRM |
심사는 이스라엘 현지 가수 2명과 안무가 1명이 맡았으며, 대회 종료 후에는 관객들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점수를 반영했다. 현지에서 유명한 MC가 진행을 맡아 공연 중간 관객 참여 게임과 즉석 댄스 타임을 마련하며 열띤 분위기를 조성했다.
![]() ▲ MC가 랜덤으로 K-팝 노래를 틀자 일부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있다. © KRM |
댄스 부문 우승은 팀 리바이벌이 차지했다. 이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ATEEZ)의 ‘게릴라(Guerrilla)’라는 곡으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과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우승팀에게는 이스라엘 내에서 유명한 댄스 및 보컬 아카데미에서 전문적인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특별 부상으로 주어졌다.
![]() ▲ 우승팀 리바이벌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KRM |
리바이벌 멤버 ‘데이’는 8개월간 대회를 준비했으며,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우승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이는 12세부터 케이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11년간 꾸준히 연습해온 실력파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집에서 케이팝을 크게 틀어 놓고 연습할 때는 시끄럽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딸의 열정이 결실을 맺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 우승팀 리바이벌의 멤버 데이의 부모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이번 경연대회에 참석했으며, 우승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 KRM |
세대를 아우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관람객 대부분은 10-20대 젊은 층이었지만, 자녀를 따라온 부모 세대도 상당수 눈에 띄어 케이팝의 세대 간 교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7세 사라는 “틱톡을 통해 이 행사를 알게 됐다”며 “언니의 권유로 왔는데 직접 보니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루살렘에서 온 차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즐기니 더 큰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한국 대표 간식 떡볶이를 먹으며 행사를 즐기는 이스라엘인 관객들. © KRM |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진유 씨는 현장의 열기에 놀라움을 표했다. “케이팝이 인기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케이팝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놀랐다. 심지어 H.O.T., 빅뱅 같은 예전 가수들의 노래에도 환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실망 대신 희망을 주고 싶었다”
행사 주최측은 이번 행사의 기획 배경에 대해 “참가자들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알기에, 갑작스러운 취소로 인한 실망감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류는 단순히 케이팝을 넘어서 역사, 문화, 산업 전반으로 확장된다”며 “한국과 이스라엘이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만큼, 이번 행사가 두 나라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 ▲ 한국과 이스라엘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쉘스 프로덕션’과 ‘이스라엘x코리아’ 그리고 ‘오디낙스’팀이 공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KRM |
문화가 만들어낸 국경 없는 연대
비록 국제 결승으로 향하는 길은 전쟁으로 막혔지만, 코리아 페스티벌은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과 이스라엘 젊은이들을 연결했다. 이날 강당을 가득 채운 1,300명의 함성과 환호는 케이팝이 여전히 국경을 넘나들며 소통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보여주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화를 통한 교류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민간 주도의 문화 행사가 양국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