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태권도 전하는 한국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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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은 기자 기자

▲ 태권도 사범 이승재 씨가 이스라엘 현지 도장에서 유대인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50년 경력의 태권도 사범 이승재(9단) 씨는 2014년 처음 이스라엘을 찾았다. 예루살렘 지역 도장에서 심사와 세미나를 진행하며 현지 사범들과 교류했고, 아부고쉬의 특수학교 ‘예루살렘 힐’에서는 문제 행동을 겪는 청소년들을 3년간 지도했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자신감을 잃기 쉬운 한인 청소년들을 따로 모아 수련을 돕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태권도가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그는 설명했다.

 

■ 다시 모인 제자들과 새롭게 합류한 유대인 수련생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2024년 다시 이스라엘에 돌아왔다. 이듬해 3월 이스라엘 명절 부림절에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태권도 시범 요청을 받으면서, 과거 그의 지도 아래 수련하던 한인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모였다. 이들은 두세 달간 준비해 행사 무대에서 시범을 선보였다.

 

▲ 올해 3월 예루살렘 펄스트 스테이션에서 이승재 사범과 그의 제자들이 ‘한국의 날’ 행사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5년 전 현지에서 이어가던 태권도 지도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올해 가을 학기부터 ‘마하나임 태권도 단원’ 모집에 나섰다. 처음에는 한인 청년 중심으로 꾸려졌지만, 관심을 보인 유대인 청소년과 성인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며 지금은 한인과 유대인이 함께 수련하는 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들은 매주 금요일 예루살렘에서 한 시간씩 정기 수련을 진행하며 태권도 기본기와 정신을 함께 배우고 있다.

 

▲ ‘마하나임 태권도’ 정기 수련에서 한인과 유대인 참가자들이 기본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 동네마다 태권도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숨은 태권도 저변’

 

이스라엘은 태권도 도장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각 지역의 커뮤니티센터·스포츠센터·문화센터에서 태권도 프로그램이 꾸준히 운영되는 나라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생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접하고,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들이 우승하는 성과까지 나오며 관심이 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프로그램이 겨루기 중심이다 보니 기본기와 품새가 약한 경우가 많다. 이 사범은 이런 현장의 필요에 맞춰 기본기·품새 중심 세미나를 진행하며 균형 잡힌 수련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겨루기 실력이 좋더라도 기본기가 탄탄하면 기술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그래서 기본기 지도 요청이 꾸준합니다”

 

▲ 이승재 사범이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 한국어 구령 그대로…기술뿐 아니라 문화도 함께 배운다

 

이스라엘 태권도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모든 구령이 한국어라는 사실이다. ‘차렷’, ‘경례’, ‘시작’ 같은 구호는 히브리어로 바꿀 수도 있지만, 현지 사범들과 학생들은 한국 전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덕분에 수련 중 아이들이 “이 말은 어떤 뜻이에요?”라고 묻는 일이 늘고, 자연스럽게 한국 예절과 문화 설명이 이어진다.

 

“기술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한국 문화를 함께 소개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이죠”

 

■ “태권도의 정신, 전쟁 속에서 힘이 되길”

 

그동안 이스라엘 태권도계의 최고 단수는 8단이었으나, 현재는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9단을 취득한 이승재 사범이 현지에서 가장 높은 단수자이다.

 

그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태권도가 이스라엘 사회에 건강한 정신과 문화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좋은 태도, 인내, 예절 같은 태권도 정신은 기술만큼 중요합니다. 전쟁 상황으로 스트레스가 큰 아이들에게 수련 과정이 정신적 안정과 회복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사범은 앞으로 한·유대인이 함께하는 시범단을 발전시켜 이스라엘 사회에 태권도의 매력과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스라엘지회 회장을 맡게 된 그는 시범단 활동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 공공외교’ 역할로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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