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은 기자 기자
8월 14일,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교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70여 명의 한국인들이 모여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 ▲ 14일 히브리 대학교에서 한인 70여 명이 광복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여하고 있다. © KRM |
전쟁 속에서도 잊지 않은 조국 사랑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특별하다. 2년간 이어진 전쟁과 지난 6월 이란과의 전면전 등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내는 나라. 그곳에 사는 한국인들 역시 특별할 수밖에 없다.
8월 중순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많은 한인들이 광복절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
8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재이스라엘한인회가 주최하고 주이스라엘대한민국 대사관과 재외동포청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이강근 한인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이어 김진한 대사를 대신해 임배진 대리대사의 경축사, 히브리대학교 한국학과 이리나 교수의 축사가 이어졌다.
“광복은 80년 전 온 국민의 염원과 투쟁으로 얻은 결과입니다”
임배진 대리대사가 전한 경축사의 한 대목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형식적인 순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쟁의 어려움을 일상에서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그 의미가 한층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해외에 살면서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하지만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은 남다를 것이다.
![]() ▲ 광복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스라엘 한인들 © KRM |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하는 힘
이날 한인회는 특별한 발표를 했다. 레반트 지역(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한인회장들이 함께하는 ‘레반트 지역 한인회장 총연합회’ 출범 계획이었다. 6월 대피 작전 당시 요르단과 이집트 한인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런 연합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위기 상황에서 서로 도우며 교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 6월 교민 대피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인 동포사회의 헌신과 단합 덕분이었습니다”
대사대리의 말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끈끈해지는 것이 동포애인 것 같다.
통일에 대한 간절한 바람
2부에서는 쥬빌리 코리아의 오성훈 목사가 ‘광복 80년, 왜 통일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분단된 조국의 통일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한인회 회계를 맡고 있는 김지영 씨의 말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스라엘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분단의 아픔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 ▲ 2부 순서로 쥬빌리 코리아의 오성훈 목사가 ‘광복 80년, 왜 통일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KRM |
다음 세대를 위한 마음
12년째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다는 박평화 씨의 소감 또한 인상적이었다.
“앞선 세대의 희생 덕분에 해외에서도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길 바랍니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우리가 받은 것들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모습으로 전해주는 것.
40년을 이어온 한인사회
재이스라엘한인회는 1985년 히브리대학교 유학생들과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이강근 회장은 “전쟁과 방학으로 많은 교민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많은 분이 참여해 자긍심을 느낀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한인사회가 보여준 조국에 대한 사랑과 동포애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자리에 모여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광복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