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렙 기자 기자
![]() ▲ 호르무즈 해협 위성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고위급 협상 결렬 직후 호르무즈 해협 해상봉쇄 방침을 밝히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에서 장시간 협상을 벌였지만 핵 프로그램과 제재, 배상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최근 성립한 휴전 국면을 이어갈 분수령으로 주목받았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0시간 넘게 회담을 진행했지만 합의 없이 끝났다.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비용을 내고 항로를 이용한 선박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 실패 직후 곧바로 군사·해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이곳의 항행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은 협상 결렬의 책임이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회담 뒤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며, 이란이 미국의 최종 제안을 수용하면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핵심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주요 군사·기간시설을 겨냥한 추가 타격이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신뢰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란 측은 협상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제안을 내놨지만 미국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협상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는 태도를 보여 추가 접촉 가능성은 남겨뒀다.
양측은 핵 문제 외에도 이란 동결 자산 해제,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해외에 묶인 자산을 풀어 배상과 복구 재원으로 활용하길 원했고, 해협 통행 문제도 협상 의제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휴전은 유지되고 있지만 상황은 불안정하다. 후속 협상이 무산되고 해상봉쇄가 현실화하면 휴전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좁은 해역에서 미 해군과 이란 측 무장세력이 대치할 경우 우발 충돌이 빠르게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안은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외교 실패에 그치지 않고 군사 긴장과 에너지 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만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 세계 원유 수송로를 흔드는 조치인 만큼 그 파장은 중동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