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렙 기자 기자
![]() ▲ 이란 혁명 수비대(IRGC)가 전쟁전 보유하고 있던 고속정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컨테이너선 2척을 나포했다. 로이터는 24일 이번 사건이 미국의 해상 봉쇄 속에서 이란의 비대칭 해상 전술이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이란의 정규 해군 전력은 대부분 파괴됐지만, 이른바 ‘고속 공격정’은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선박이 미국 봉쇄선에 접근하면 즉시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란이 이 고속정을 이용해 비무장 상선을 직접 나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운용하는 고속정은 중기관총과 로켓 발사기, 일부의 경우 대함미사일까지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해상보안업체 디아플루스는 로이터에 이들 고속정이 해안 배치 미사일, 드론, 기뢰, 전자교란과 함께 ‘다층 위협 체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이란은 그동안 이 해협 주변 선박을 겨냥할 때 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사용해 왔다. 이런 공격은 4월 8일 휴전 이후 멈췄다. 그러나 이번 컨테이너선 나포는 미국이 이란 해상 교역 봉쇄를 강화하고, 이란 연계 유조선과 기타 선박 차단에 나선 뒤 벌어졌다.
전쟁 전 이란은 이런 고속정을 수백 척, 많게는 수천 척까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상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해안 터널과 해군기지, 민간 선박 사이에 분산 은닉돼 왔다. 해상보안업체 드라이어드 글로벌의 코리 랜슬럼 최고경영자는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최소 100척 이상이 파괴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당수 전력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해운업계는 이런 나포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리의 대니얼 뮐러 선임분석가는 “민간 해운업계는 이란 무장세력이 선박을 나포하는 것을 막을 장비나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한 차례 나포 작전에 고속정 약 10여 척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이란 고위 안보 당국자도 로이터에 고속정이 이란 해군 전략의 “중추”가 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속정 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이란은 2019년 이후 이번 사례를 포함해 최소 7차례 소형 고속정을 활용한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여름철 이란 연안 해역은 바람과 파도가 강해 작전 수행이 어려워진다. 현지 해운 관계자는 파도가 심하면 선박 위 무장요원들이 사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함과의 정면 충돌에도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의 제러미 비니는 이들 고속정이 군함과 직접 맞붙을 경우 “매우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형 군함보다 소형 고속정이 탐지와 추적이 더 어렵기 때문에,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으로 해운업계의 운항 차질과 보험료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해군 부제독 출신 던컨 포츠는 1980년대 ‘탱커 전쟁’ 이후 이란이 비대칭 전술을 강화해 왔다며, 이번 사태는 이란 해상 위협이 대형 군함보다 작고 빠른 선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