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 기자 기자
![]() ▲ 이스라엘-러시아 이중국적자 엘리자베스 추르코프. 이라크에서 연구활동 중 카타이브 헤즈볼라에게 납치돼 903일 만에 풀려났다. © X @sebusher |
이스라엘-러시아 이중 국적자이자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엘리자베스 추르코프가 이라크에서 친이란 무장조직에게 납치된 지 903일 만에 석방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비영리단체 등이 긴밀히 협력한 결과로, 현재 추르코프는 미국 측 보호 아래 있으며 가족과의 재회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추르코프가 카타이브 헤즈볼라로부터 풀려났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수개월간 고문을 당한 뒤 석방돼 현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도 성명을 통해 “보안 당국이 오랜 기간 정보 활동을 펼친 끝에 9일 억류 장소를 찾아내고 그녀의 신변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적은 언급하지 않았다.
추르코프는 프린스턴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2023년 3월 바그다드 카라다 지구의 한 카페에서 납치됐다. 당시 러시아 여권으로 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며,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라크 친이란 세력과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운동을 연구 중이었다.
워싱턴에서 소식을 들은 언니 엠마 추르코프는 “2년 반 만에 처음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며 “우리는 곧 재회할 것이고, 그동안 기다려온 사랑을 모두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아담 보일러 미국 특사,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 인권단체 글로벌리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 히르슈 인질 담당 조정관에게 감사를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수개월에 걸친 갈 히르시 인질·실종자 조정관의 노력 끝에 석방을 이루어냈다”며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48명의 인질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르시 조정관도 자신이 직접 추르코프와 통화했다며 “그녀가 억류 기간 동안 우리의 노력을 들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AFP에 “이라크 내 충돌을 피하고 미군 철수를 촉진하기 위해 조건부로 풀어준 것”이라며 “군사 작전으로 구출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2023년 납치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번에는 석방 주체임을 인정한 셈이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 후 이라크 민병대 연합체(하시드 알샤아비)에 편입됐지만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잦았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미군 기지를 지속적으로 공격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격으로 잠잠해졌다. 미국과 이라크는 연합군 임무를 2025년까지 종료하고 2026년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도 철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추르코프의 석방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