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이 하마스 무장해제 앞당길 것…미국 기대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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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렙 기자 기자

▲ 터널 안의 하마스 대원들 (X@VividProwess)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하마스의 무장해제가 가속화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14일 보도했다.

 

이란전 개전 9일 전인 2월 19일,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전후 관리 기구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는 인도주의적 구호 및 재건을 위한 170억 달러 규모의 지원 서약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지원은 하마스의 무기 반납을 조건으로 한 것으로, 당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하마스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월 28일 이란전이 발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평화위원회에 가장 큰 금액을 약속했던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직격타를 맞으면서, 대외 원조보다 자국 방위비 지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란전 개전 직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하마스는 이란에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마지막 생명줄이 사라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이 잠시 이란 전선에 집중하더라도, 후원국이 타격을 입을수록 하마스만 손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2개월여가 지난 지금 그 낙관론은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위원회와 하마스의 협상이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으나, 하마스는 위원회의 비무장화 틀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평화위원회 협상에 참여한 한 아랍권 외교관은 “하마스는 이란이 전쟁을 버텨내는 것을 보고 오히려 더 강경해졌을 뿐 아니라, 카드를 최대한 오래 쥐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협상 카드로 끝까지 놓지 않듯, 하마스에게 무기는 마지막 남은 핵심 협상 카드라는 설명이다.

 

이 외교관에 따르면 이란전 이전 하마스는 중화기를 포기할 의향을 내비치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굳혔다. 이란의 협상 전술을 모방하듯 하마스는 평화위원회 제안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채 협상을 질질 끌고 있다. 4월 2일에는 위원회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역제안을 제출하고 추가 협의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최근에는 다음 주 내부 지도부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무장화 협상을 기다리겠다고 밝히며 또다시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평화위원회 가자 특사 니콜라이 믈라데노프는 13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장악력을 강화하면서 비무장화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 재건 계획이 멈춰 있다고 인정했다. 믈라데노프 특사는 이날 예루살렘 기자회견에서 “외교의 문은 열려 있지만 가자 주민들에게 같은 문제를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씩 논의하는 동안 무작정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의 반응은 믈라데노프 특사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하마스 고위 관리 바셈 나임은 같은 날 성명에서 “믈라데노프는 우리 팔레스타인 국민의 과도 행정을 단 하루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초기에 믈라데노프 특사를 비교적 자제하며 대했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공개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것은 하마스가 그만큼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의 동의 없이도 트럼프 20개항 계획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가자 재건과 휴전 2단계 이행이 언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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