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렙 기자 기자
![]() ▲ 이스라엘 네게브 지역의 밐다시 레몬 광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고도로 보안된 인공지능(AI) 연구·개발·제조 복합 캠퍼스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스파이어(Project Spire)’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최신 보고서가 밝혔다.
연구소 소속 마이클 도런(Michael Doran)과 지네브 리부아(Zineb Riboua)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설의 핵심 목표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운영 구역을 만들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AI를 개발하는 것이다.
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프로젝트 스파이어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무력화하는 경쟁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우위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며 “이스라엘에 최초의 안전한 AI 기지를 구축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혁신 속도를 높이고 동맹국들이 채택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 프로젝트 스파이어에 관한 세부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미국 매체 JNS에 전했다.
프로젝트 스파이어는 국무부의 기함 프로그램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프레임워크의 일부다. 팍스 실리카는 중국 인프라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 간 안전한 첨단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 연합체로, 핵심 광물 채굴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미-이스라엘 기술 협력의 외교적 토대는 2026년 1월 16일 예루살렘 다윗 성 고대 유적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공식화됐다. 당시 양국 관리들은 AI·반도체 설계·우주 기술·에너지 생산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출범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이스라엘 국가 AI 지원청 청장 에레즈 아스칼(Erez Askal) 예비역 준장은 당시 “우리는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핵심 국가들, 그 가운데서도 위대한 친구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제이컵 헬버그(Jacob Helberg)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권력은 기술로 측정된다”며 “안전한 공급망은 경제 안보와 주권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팍스 실리카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제시된 프로젝트 스파이어의 청사진은 전례 없는 규모의 시설을 구상한다. 도런과 리부아는 이 캠퍼스가 “미군 기지의 보안성과 실리콘밸리 허브의 창의적 산출물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썼다. 구체적으로 AI 훈련용 대규모 데이터센터, 독립 에너지 그리드, 현지 반도체 제조 공간, 전문 연구소 등의 인프라가 포함된다.
네게브에 대규모 AI 캠퍼스를 건설하는 것은 환경적 도전과 이점을 동시에 수반한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열을 발생시켜 사막 기후에서 냉각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가 훨씬 늘어난다. 미국 애리조나사막의 메타(Meta) 데이터센터 한 곳이 연간 약 5600만 갤런의 음용수를 소비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게브 부지는 현지 특화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인근 아샬림 태양열 발전소(Ashalim Plot B Solar Thermal Power Station)는 사막 태양광을 121메가와트 전력으로 변환해 에너지 부담을 분산시키고, 이미 해당 지역에 구축된 폐수 회수 시스템이 물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지리적·군사적·경제적 이점도 있다. 광활한 부지는 도심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견고한 물리적 방어선을 가능하게 한다. 이스라엘은 디모나 인근 시몬 페레스 네게브 핵연구센터 등 민감한 인프라를 사막에서 보호해온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의 기술 생태계도 강점이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4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이스라엘에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이자 AI 하드웨어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NVIDIA)는 미국 외 지역 최대 규모인 5000명 이상의 직원을 이스라엘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기리야트 티본(Kiryat Tivon)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캠퍼스를 건설해 1만 명을 수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국내 AI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5월 17일 이스라엘 정부는 2032년까지 연간 5000개의 고급 AI 프로세서를 확보하는 장기 계획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혁신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도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Nebius)가 운영하는 국가 AI 슈퍼컴퓨터를 출범시켰다.
프로젝트 스파이어가 이스라엘 남부 낙후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유입하고 일자리와 연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미국의 AI 전문성에 대한 접근과 첨단 연구 집중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스파이어 프레임워크 하에서 프런티어 AI 모델과 차세대 칩 아키텍처를 포함한 핵심 지식재산권의 소유권은 미국이 엄격하게 통제한다. 이는 이스라엘-미국 이중국적 산업연구개발재단(BIRD Foundation)처럼 공동 지식재산 구조를 장려해온 기존 양자 협력 모델과는 크게 다른 방식이다.
장기 토지 임대 방식으로 미국이 이스라엘 영토 안에 독자적인 기술 구역을 운영하게 된다는 주권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최고 AI·사이버 인재가 미국 통제 생태계에 집중되면서 현지 스타트업과 방산 기관에서 인재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텔아비브 소재 AI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하프시코드(Harpsicord) 도론 레빈(Doron Levin)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I에서의 국가적 성공은 경제 발전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보의 문제”라며 “우리가 독자 역량을 개발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 없이 새로운 위협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미국과 함께한다면 어떤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상충 관계가 생기는 만큼,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