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선 기자 기자
![]() ▲ 왼쪽: 2025년 5월 28일, GHF 식량 배급 현장에서 가자 소년 압둘 라힘이 아길라르 옆에 서 있던 다른 미국인 보안요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다. 오른쪽: 2025년 9월 4일, 구조된 압둘 라힘이 데일리와이어의 캐시 아키바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화면에 포착됐다. © GHF / 데일리와이어 영상 화면 캡처: 저작권법 제27a조에 따라 사용됨 |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IDF)에 의해 총격 사망했다는 주장이 국제적으로 확산됐던 소년이 사실은 살아 있으며,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가자 인도주의재단(GHF)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안토니 아길라르라는 전직 계약직 직원이 ‘아미르’라는 가명으로 잘못 지칭하며 사망했다고 주장한 소년은 실제로 압둘 라힘 무함마드 함단(애칭 아부드)”이라며 “어머니와 함께 비밀 거처로 안전히 옮겨졌다”고 밝혔다.
허위 주장의 확산
전직 하청업체 직원 아길라르는 지난 5월 28일, 자신이 GHF 구호소에서 만난 소년이 곧바로 IDF 총격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과 방송에 출연해 소년의 ‘마지막 순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눈물을 자아냈고, 사진과 영상을 배포해 국제 언론·정치권, 터커 칼슨 쇼와 같은 유명 유튜브 방송까지 파급력을 키웠다.
![]() ▲ 2025년 7월 31일 토니 아길라르의 거짓 보도가 알 자지라 언론사에도 실렸다. (화면 켑쳐: aljazeera.com) |
그러나 이후 공개된 제3자 촬영 영상에서는 아길라르가 소년에게 단순히 “집으로 가라”고 말하는 장면만 확인됐다. 아부드는 당시 무사히 귀가했으며, 이후 수개월간 생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아길라르의 주장은 곧바로 SNS와 국제 언론에 확산됐고, 하마스는 이를 선전 도구로 활용해 반이스라엘 여론을 증폭시켰다. 아부드와 가족은 ‘살해된 아이’로 잘못 알려지면서, 그 진실이 드러날 경우 하마스 선전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신변 위협에 직면했다.
![]() ▲ 2025년 7월 28일부터 안토니 아르길라는 다양한 언론사와 SNS, 미디어를 통해 가자 소년 “아미르”가 구호품을 받으러 왔다가 IDF로 인해 살해되었다고 허위 주장하기 시작했다. © 소셜 미디어 |
GHF와 미국 퇴역 군인들의 구조
GHF는 즉시 은밀한 수색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아부드를 추적했고, 결국 친척을 거쳐 친모에게 도달했다. 신원은 생체정보와 사건 당시 착용한 의복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약 2주 전, GHF 팀은 그를 변장시켜 안전한 장소로 이송했다. 이번 구조 작전에는 미국 주이스라엘 대사관과 역내 정부들이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 2025년 5월 28일 사건 당일 압둘 라힘이 입고 있었던 셔츠이다. © GHF |
존 애크리 GHF 전무이사는 “가자 주민들과 쌓아온 신뢰, 현장 구호팀, 그리고 함께한 미국 퇴역 군인들 덕분에 아부드를 찾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일부 인사들이 개인적·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자의 비극을 악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자니 무어 GHF 이사회 의장은 “아부드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큰 기쁨과 안도감을 느낀다”며 “언론과 시민사회 일부가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주장을 확산시킨 점은 뼈아프다. 아이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핀 페이 GHF 대변인은 “아길라르의 거짓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아부드와 가족은 하마스의 표적이 됐다”며 “그가 살아 있음이 드러나면 하마스 선전이 무너지고 아길라르의 거짓이 폭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 와이어 단독 보도
미국 매체 데일리 와이어 역시 단독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길라르는 7월 28일 미국의 한 친팔레스타인 성향 팟캐스트에서 처음 해당 주장을 제기했으며, 이후 언론·방송에서 “소년이 내 얼굴을 만지고 키스하며 ‘고맙다’고 말했다. 곧 IDF에 의해 총격을 당해 죽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보안요원이 착용한 바디캠 영상에서는 아길라르의 묘사와 전혀 다른 장면이 드러났다. 영상 속 아부드는 보안요원 손에 입을 맞춘 뒤, 아길라르에게 다가와 도움을 청했으나 아길라르는 “집에 가라”고 짧게 답했다. 아부드는 곧장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더 나아가 아부드의 계모 시함 알자라베아는 “아길라르가 아이가 숨졌다고 주장한 5월 28일 이후에도 두 달 가까이 아부드를 직접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영상 증언에서 “아들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7월 28일”이라고 밝혀, 아길라르가 주장한 ‘5월 28일 사망설’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아길라르는 당시 소년이 “가슴과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고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전 GHF 계약직 직원 토니 아길라르가 “아미르”라는 가자 소년이 총탄 세례 속으로 뛰어들어 “가슴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 죽었다”고 주장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아미르”는 살아있고 무사합니다. https://t.co/AgepukuJ3n
— KRM NEWS (@KRMediaLtd) September 7, 2025
GHF 측은 “5월 28일 구호소 운영 중 IDF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은 전혀 없었으며, 설령 있었다 해도 아길라르는 현장 구조상 이를 직접 목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IDF 역시 “당일 구호소 운영 시간 동안 민간인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사실보다 헤드라인이 앞서선 안 돼”
GHF와 데일리 와이어 모두 이번 사건이 “사실 확인 없는 언론 보도의 위험”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한다.
페이 대변인은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보도 경쟁에만 매달리며 아부드와 대중을 속였다”며 “아이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가짜뉴스가 어떻게 국제 여론을 왜곡하고, 현장의 어린이와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자지구의 복잡한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GHF는 “허위 정보는 생명을 위협하고 인도주의 노력을 방해한다”며,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아부드와 그의 가족은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GHF는 추가 정보 공개를 자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