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형주 기자 기자
![]() ▲ 이스라엘군이 17일 개최한 가자전쟁 분석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20개국 군 지휘관이 라트룬 기갑부대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 © 이스라엘 방위군(IDF) |
![]() ▲ 명형주 기자 / KRM NEWS 대표 |
이스라엘군(IDF)은 17일 라트룬의 기갑부대박물관에서 전 세계 20개국 장성급 지휘관 300여 명을 초청한 국제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전반적 교훈을 분석·공유하는 자리로, 미국·영국·캐나다·독일·핀란드·그리스·인디아·일본·폴란드·체코 등이 참여했다.
언론 취재는 제한적으로 운영돼 CNN, 하아레츠, KRM News만 공식 초청을 받았다. 이스라엘 측은 한국군에도 초청을 보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참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세미나의 목표를 ▲현대전에서 나타난 새로운 전술·교리 공유 ▲도시전·터널전 등 복합전 양상 분석 ▲국제군 간 협력 증진 ▲이스라엘군 작전 체계에 대한 이해 제고로 제시했다.
세미나는 ‘아이언 소드(Iron Swords)’ 전쟁 평가, 교리·훈련 변화, 특수작전 보고, 전장 지휘·전술적 적응 등의 주제로 진행됐으며, 참가국 장성단은 전쟁 초기 대응부터 최근 라파 작전까지 전반적 분석을 청취했다.
![]() ▲ 이스라엘군이 17일 라트룬 기갑부대박물관에서 가자지구 전쟁 교훈을 공유하기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 이스라엘 방위군(IDF) |
이스라엘군 “10월 7일은 군 조직 전체의 실패”…공식적·공개적 인정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이스라엘군이 10월 7일 하마스 기습공격 당시의 대응을 ‘전면적 체계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전쟁 발발 당시 이스라엘군은 북부 전선을 중심으로 전쟁 계획을 구성해왔고, 가자지구에서 하루 만에 5천 명 규모의 침투가 이뤄질 것이라는 가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누크바 특공대 약 500명을 포함해 하마스 대원과 주민 등 총 5천 명가량이 동시다발적으로 국경을 넘어왔고,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세 개 축이 연속 붕괴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상정하지 않았던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지휘체계도 마비됐다. 전시 체제 발동이 약 7시간 지연됐으며, 공식 지휘망이 작동하지 않아 일부 병사들은 왓츠앱 개인 메시지로 상황을 파악했다. 주요 지휘관들조차 지휘가 아닌 현장으로 직접 이동해 전투에 참여하면서 부대 간 연계가 무너지고 각개전투가 벌어졌다. 공군과 헬기 부대도 상부 명령 부재로 초반 교전을 하지 못했다.
감시병의 경보 역시 사전에 여러 차례 반복됐던 소요 패턴으로 오판돼 상부에서 정상적 위협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특정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체계 전반의 붕괴”라고 정리했다.
도시전·게릴라전·터널전의 복합화 “500km 지하도시와 싸운 전쟁”
이스라엘군은 지난 2년간의 전투를 “전례 없는 도시전과 터널전의 결합”이라고 규정했다.
가자지구 지하 터널은 전체 길이가 500km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뉴욕·런던·도쿄 메트로를 넘는 규모다. 병원과 학교, 민가 아래에 수많은 입구가 있으며 내부에는 환풍·전력·통신선과 생활 공간, 지휘센터까지 갖춰져 장기간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존처럼 입구를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 이스라엘군은 터널 내부 진입을 전쟁 중 본격적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민간 복장을 착용하고 병원·학교·민가를 거점으로 공격을 감행했으며 전투는 지하와 지상이 결합된 복합 게릴라전으로 전개됐다. 이스라엘군은 작전마다 민간인 분리 절차와 사전 대피 경고를 시행했으며, 이는 지상작전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인 피해 최소화에 대한 분석도 공유됐다. 전쟁학자 존 스펜서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도시전에서 민간인 피해 비율은 적군 1명당 9~12명 수준이지만, 가자전에서 이스라엘군의 비율은 적군 1명당 3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정밀타격 기술, 실시간 법률 검토, 신원확인 체계가 이러한 수치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 이스라엘군 세미나에 참석한 전 세계 각국 군 지휘관들이 가자 경계 인근 이스라엘 마을들을 돌아보며 하마스 침공 당시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 이스라엘 방위군(IDF) |
전쟁 장기화 요인 “필라델피 회랑과 국제사회의 압력”
이스라엘군은 전쟁이 길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필라델피 회랑을 통한 무기 밀수
가자지구의 핵심 무기 공급망으로, 이집트 국경을 통한 밀수가 장기간 지속됐다.
△ 국제사회의 반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서방 국가들의 반대로 회랑 장악이 지연됐고, 하마스의 전력 차단이 어려워졌다.
△ 대규모 구호트럭 유입
구호물량 상당 부분이 하마스에 탈취돼 재활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터널 제거·대피 절차로 인한 전진 지연
지상군의 작전 속도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이었다.
인력·탄약 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인구 약 1천만 명의 이스라엘은 전쟁이 길어지며 병력과 탄약이 심각하게 부족해졌다. 인구 중 약 20%인 아랍계는 병역 의무가 없고, 대부분의 병력이 유대인과 자원자로 구성된 점이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했다. 일부 국가의 무기·부품 수출 제한도 중장비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약·장비·부품의 국내 생산 체계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필라델피 회랑 장악 이후에는 터널에 고립된 하마스 대원들이 식량과 물 부족으로 외부로 탈출을 시도하면서 사살 또는 항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 장기화는 심리적 후유증도 남겼다. 이스라엘군은 병사들 사이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자살 증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히며, 가자지구 내 미수습 시신과 파괴된 지역에서의 장기 작전이 병사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하는 군으로 남겠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세미나에서 10월 7일 실패를 조직적으로 분석해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은 군의 신뢰 회복과 현대전 대비를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실패를 숨기지 않고 모든 과정을 점검해 교리를 재정비하는 것이 군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밝히며, 향후에도 국제 파트너들과 작전 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