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렙 기자 기자
![]() ▲ 수단의 현재 모습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준군사조직 RSF(Rapid Support Forces·신속지원군)이 엘파셰르(El Fasher) 시에서 대규모 학살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ICC 검찰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엘파셰르에서 보고된 폭력 행위는 다르푸르 전역에 확산된 광범위한 폭력 패턴의 일부이며, 향후 기소를 위한 증거 확보 작업을 즉시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엘파셰르는 18개월간의 포위와 폭격, 식량 차단 끝에 지난 10월 26일 RSF가 장악했다. 이는 수단 군이 다르푸르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지탱하던 거점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RSF 대원들은 집집마다 침입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여성에게 성폭행을 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병원 내에서만 최소 460명이 살해됐으며, 의사와 간호사 다수가 납치됐다고 보고했다.
현재까지 7만여 명이 엘파셰르를 탈출했으며, 도심 인구 약 26만 명 중 상당수가 행방불명 상태다.
■ RSF, 다르푸르 4분의 1 영토 장악…“2000년대 잔자위드 학살 악몽 재현”
엘파셰르 함락으로 RSF는 수단 영토의 25% 이상을 사실상 지배하게 됐다. 이 조직은 20년 전 대규모 학살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던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가 전신이다.
적십자국제위원회(ICRC) 수장은 “역사가 다르푸르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며, “2000년대 초와 똑같은 민간인 학살이 RSF에 의해 재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ICC는 지난달 다르푸르 학살의 주범 중 한 명인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압드 알라흐만(별명 알리 쿠셰이브)에게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 유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번 엘파셰르 사건과 관련해 “이전 판결이 경고가 돼야 한다. 반인도적 범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며 RSF 수뇌부를 겨냥한 수사를 예고했다.
ICC는 회원국 영토에서 발생한 전쟁범죄·인도에 반한 죄·집단학살죄 등을 기소할 수 있으며, 유엔 안보리의 요청이 있을 경우 비회원국 사건도 다룰 수 있다.
다르푸르 내전은 2023년 4월 RSF와 수단군 간의 권력 충돌로 재점화됐다. 유엔은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사망·실종되고, 수백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추정한다.
국제사회는 엘파셰르 사태가 ‘제2의 다르푸르 학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RSF 지휘부의 즉각적인 민간인 보호 조치와 국제조사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