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최고 지도부가 모인 회의를 정밀 공습했다. ‘불의 정상(Summit of Fire)’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단순한 군사적 타격을 넘어선다. 인질 협상 교착 상태를 깨고,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 전역에 이스라엘의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격은 하마스의 해외 정치·군사 지도부가 수십 년간 안식처로 삼아온 카타르의 심장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핵심 지도부 노린 공습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아하다스 방송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무함마드 다르위시 정치국 의장을 비롯해 칼릴 알하야, 자헤르 자바린(전 재정 책임자), 칼레드 마샬 전 의장, 가지 하마드, 무사 아부 마르주크,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스라엘군(IDF)과 정보기관 신베트는 “이번 작전은 2023년 10월 7일 학살에 직접 책임이 있고 현재 전쟁을 지휘하는 핵심 지도자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 ▲ 이스라엘이 2025년 9월 9일 카타르에서 겨냥한 하마스 지도부 5인. 왼쪽부터 자헤르 자바린, 칼레드 마샬, 칼릴 알하야, 무함마드 이스마일 다르위시, 니자르 아와달라. ©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 |
“협상 교착, 외부 지도부가 걸림돌”
오데드 아일람 전 모사드 대테러부장(현 예루살렘 안보외교센터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협상 교착 상태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시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칼릴 알하야, 자헤르 자바린, 후삼 바드란 등 외부 지도부가 휴전협상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과 논란…“여전히 제거 대상”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공습 성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안보 당국 일각에서는 “도하 공습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도 13일 저녁 X(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추었다. 그는 “카타르에 사는 하마스 테러 지도자들은 가자 주민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모든 휴전 시도를 막아 전쟁을 끝없이 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을 제거한다면 인질 석방과 전쟁 종식의 걸림돌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하마스 지도부가 여전히 생존해 있으며 다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5년 9월 9일 카타르 내 하마스 지도자 공습 당시 신베트 지휘센터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신베트(이스라엘 정보기관) |
미국과의 조율·외교 움직임
아일람은 “공습은 미국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인근에서 이뤄졌다”며 “카타르는 미국의 주요 비(非)나토 동맹국이기에 사전 조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묵인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카타르의 반발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12일 성명을 통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곧 이스라엘을 방문해 “강력한 지지”를 약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에 앞서 이뤄지는 것으로, 최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에 대한 미국 내부의 불편한 기류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보좌관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동석했다. 앞서 알사니 총리는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 루비오 국무장관과 한 시간가량 회담을 가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담에서는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 이후 카타르의 중재자 역할 지속 여부와 방위 협력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 ▲ 왼쪽부터 카타르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025년 9월 13일 워싱턴DC에서 회동하고 있다. © X / 카타르 외교부 |
카타르의 이중적 행보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카타르가 수십 년간 보여온 이중적 행보를 국제사회에 다시 드러냈다. 카타르는 무슬림 형제단과 긴밀히 연계돼 있으며, 하마스의 정치적·재정적 후원국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를 무력으로 장악했을 때, 전 세계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자를 방문한 인물은 카타르 전 국왕이었다. 이후 도하는 하마스에 약 18억 달러를 직접 지원하며 사실상 ‘재정 안전망’ 역할을 맡았다.
하마스 지도부는 카타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도하의 고급 호텔과 빌라에서 억만장자 생활을 이어왔다. 이미 제거된 이스마일 하니예 전 정치국장과 칼레드 마샬은 각각 수십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카타르 국영방송 알자지라는 하마스의 주된 선전 매체로 기능했다. 하마스의 군사 활동을 미화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보도를 반복하며 국제 여론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타르는 동시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알우데이드 기지를 제공하며 1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켜왔다. 즉, 하마스를 지원하면서도 서방과 긴밀히 협력하는 이 모순된 외교 노선이 이번 공습으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은신처는 더 이상 없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 세스 프란즈만은 “이스라엘이 더 이상 하마스의 협상 규칙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30년 넘게 카타르가 제공해온 해외 지도부의 특권은 이번 공습으로 사실상 끝났다”며 “하마스 지도자들은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메시지
실제 성과와 무관하게, 이번 도하 공습은 이스라엘 전쟁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줬다. 인질 협상 교착을 깨뜨리고,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 전역에 이스라엘의 결연한 의지를 투영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에 보낸 신호는 단순하다.
“당신들은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





